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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자기 검열도 잦은 편이에요. 특정인의 책을 두고 이야기하면서도 과연 이 생각이 맞나, 너무 오지랖을 떤건가, 그래도 뭔가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호응하겠지, 하는 생각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호기심과 불안감을 어찌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무자본 비즈니스,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불리우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릴 거에요. 그리고 좋은 것만 골라 지금까지의, 혹은 앞으로의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혹자는 이야기하십니다. 제가 말하는 비전, 철학, 가치, 신념이 다소 이상적으로 들린다고요. 사실 이 질문은 이 분야에서 일한 지 15년이 넘은 제가 가장 많이 품었던 의문입니다. 제품 좋고 시장이 좋아하면 끝이지 무슨 뜬 구름 잡는 소리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하면서 그 해법을 찾아왔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기업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책에서 말하는 가치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몇몇 브랜드들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작지만 이런 진짜 브랜드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글들을, 책들을 계속 써내고 싶다고요. 1000개의 스몰 브랜드는 바로 그런 다짐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몇몇 브랜드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꿀빠는시간'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 꿀을 스틱 형태의 포장에 담아 파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이 '휴식'을 판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모금의 꿀을 빨면서 회복의 시간을 가지라는 거죠. 새로운 형태의 사진관을 지향하는 '시현하다'는 평범한 증명사진을 '예술작품'으로 소구했습니다. 정해진 틀 안에서 가장 나다운 사진을 찍어주는 것으로 유명해졌죠. 자신을 남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세대의 가려운 지점을 정확히 긁어준 셈입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 찍는 사진은 비쌉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브랜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행복해지고 좋은 브랜드 생태계가 만들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백종원 씨는 사비를 털어 자신의 고향인 예산에 있는 시장을 리뉴얼했습니다. 설탕을 좋아하는 아저씨지만 저는 이런 장면을 보고 너무 흐뭇했습니다. 전통 시장을 재해석하고, 자신이 쌓은 브랜드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이건 누군가 한 사람의 배를 불리는 약육강식의 극단적인 마케팅과 대비됩니다. 저는 그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를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보아왔습니다. 거기엔 소멸되어 가는 지역 시장, 가게,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전통주에 대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 자체가 사람과 가게와 회사에 투영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러브마크,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마케팅은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브랜딩은 사람들에게 '사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죠. 시장의 격렬한 경쟁은 제품의 스펙이나 기능만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케터들로 하여금 깨닫게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죠. 이걸 우리는 '가치'라 부릅니다. 그리고 가치의 사전적인 의미는 인간의 '욕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을 구매합니다. 필요가 아니라 욕망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치가 부여된 제품은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욕망은 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유튜버들의 비즈니스 과정을 보면 그들의 동기가 결코 선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선동하죠. 그 결과물이 특정인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들의 부가 결국은 그들을 믿고 따르는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정말 좋은 브랜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윈윈합니다. 지역이 살아나고 생태계가 건강해집니다. 적어도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죠. 저는 개성과 취향이라는 본질적인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들이 경쟁을 통해 서로 성장하는 생태계,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혹 제 글에 저의 짧은 생각이 드러날까 두렵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지적해주시고, 의견을 개진해주세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고칠 부분은 고치겠습니다. 집단 지성의 힘을 믿고 계속 뚜벅뚜벅 걸어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랜드 #생태계 #백종원 #선한영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