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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달 28일부터 브랜드 수업을 시작합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 혼자 하는 공부를 공개적으로 오픈하는 형태일 뿐입니다. 5년 간 실무에만 매달리다보니 지식에 대한 갈급함이 컸습니다. 오래된 브랜드 마케팅 관련 고전들을 꺼내 읽어봤습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그냥 휘발되기 십상입니다. 강제적인 학습의 장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거기엔 강의만한게 없습니다. 남에게 내가 아는 것들을 말하려면 몇 배로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권씩의 책을 오픈 강의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많아야 열댓 명 참여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100명이 훌쩍 넘는 분이 신청해주셨습니다. 브랜드라는 전문 지식이 이토록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에 대한 의문도 함께 풀어가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지울 수 없는 의문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아커와 케빈 캘러, 장 노엘의 책을 읽으면 브랜딩을 잘할 수 있을까? 브랜딩에 대한 이론을 섭렵하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려 들지만 어렵습니다. 너무 오래된 사례고, 외국 사례고, 수십 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들의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는 회사들은 작은 회사나 중견 기업들입니다. 스타트업도 많습니다. 심지어 퍼스널 브랜딩을 요청하는 개인들도 많이 만납니다. 저는 이 간극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쏟아져 나온 국내 저자들의 다소 친절한? 설명들에도 많이 기대고 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사회학 전공 학사 출신입니다. MBA는 근처도 못가봤습니다. 물론 그런 쟁쟁한 분들과 함께 일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의 이론을 자신있게 말하기엔 제 가방끈이 너무 짧습니다.

 

심지어 이런 경우도 만났습니다. 어떤 분이 강의에서 데이비드 아커의 이론도 모르면서 함부로 브랜딩을 말한다고 꾸짖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말도 못하고 혼자 뜨금했습니다. 빨리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MBA 과정도 실제로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 분이 참여한 대형 외식 비즈니스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수 억원의 돈을 써서 인플루언서 업체를 고용하셨더군요. 인스타그램엔 돈으로 만들어진 게시물들이 즐비했습니다. 과연 그 분은 책에서 말하는 이론을 현장에 그대로 체화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요. 얼마나 고민을 하셨을까요. 어쩌면 저처럼 자신이 배운 지식과 현실의 매출 사이에서 갈등을 겪진 않으셨을까요? 부디 그러했길 마음 깊이 바래봅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제품에 투영한 브랜드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레오119'라는 브랜드는 소방대원들의 방재복으로 가방을 만듭니다. 그 가격이 무려 수십만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사고 싶었습니다. 그 수익이 암에 걸린 소방관들의 치료비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코니아기띠'라는 브랜드도 진정성 넘치는 브랜드입니다. 척추를 다친 어느 아기 엄마가 정말 편한 아기띠를 찾다가 직접 만든 제품이거든요. 그들의 웹사이트엔 정말 좋은 아기띠를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간과했던 시장의 필요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한 브랜드입니다. 저는 '고기리마국수'가 정말 훌륭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막국수를 파는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 '환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환대를 그 가게에서 직접 경험했습니다.


저는 이 일을 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하고 싶습니다. 정말 좋은 브랜드와 아닌 브랜드를 구분하고 싶습니다. 때론 실수도 하겠지만 시장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 싶습니다. 물론 저 혼자 무언가를 하는데는 제약도 많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브랜드가 좋습니다. 철학과 비전이 올곧은 브랜드를 만나면 흥분이 될 정도입니다. 그런 브랜드를 찾았을 때는 희열을 느낍니다. 이런 브랜드가 많아지면 가장 좋은 건 소비자입니다. 훨씬 더 좋은 제품을 통해 그들의 필요와 욕구가 채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선택지를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상을 꿈꾸며 이 소소한 글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마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아주 작은 파문이라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으로 고민중인 이 땅의 수많은 브랜드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