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가 ‘유니타스브랜드’에서 일하던 시절, 주 업무는 에디팅이었다. 격월간으로 나오는 브랜드 전문지의 컨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극한 직업이었다. 하나의 원고를 만들기 위한 노동의 강도가 엄청났다. 그럴만도 한게 아티클 하나의 길이가 보통의 잡지 크기 기주능로 10페이지가 넘었다. 하지만 나는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님 몰래 페이스북을 운영했다. 상대적으로 쉽고 재미있는 사례와 리스티클 형태의 글들을 하루 대여섯개씩 구준히 업데이트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게시물 하나당 조회수가 최소 10만 정도였다. 하루에 ‘좋아요’ 100개 이상의 글은 3개 이상이 되자 세기를 멈추었다.

하루는 ‘좋아요’가 5만 개, 조회수가 200만에 달하는 글도 있었다. 대기업에서 컨설팅 의뢰를 해왔다. 홍보 회사에서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대표가 트위터를 직접 보내오기도 했다. (실제 직원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어떤 호텔에서는 내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아는 직원을 통해 전해오기도 했다. 내가 굳이 옛날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앞서 쓴 글을 통해 자청에 관한 많은 의견들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는 하나의 창작물을 너무 심하게 표현했다는 가벼운 항의도 있었다. 그래서 제목도, 내용도 일부 순화시켜 표현했다. 하지만 나는 자청이라는 사람을 비난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적어도 그 책 안에서는 답을 찾지 못한 답답함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기 위해서다.

페이스북 글쓰기를 위한 7가지 제안

페북 운영을 위한 실무 가이드 #1.

medium.com


일단 그가 나온 클래스 101 수업을 들었다. 거기서 일 3,000만 원의 수입을 올린 ‘재회 상담’ 서비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듣고 보니 나의 페이스북 운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블로그 마케팅이었다. ‘재회’라는 키워드를 선점해 광고하고 회당 19,000원의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했다는 고백이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신사임당의 스마트 스토어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야기 중에선 서울대 심리학과 10명이 만든 경쟁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은 역시나 책이었다. 심리학 책 10권, 마케팅 책 10권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고개가 갸우뚱한다. 그런 방법으로 만족도를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이 비즈니스가 일반인이 따라할 수 있는 비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와 함께 ‘이상한 마케팅’에서 일한 김팀장의 이야기도 들었다. 유튜브와 클래스 101에는 이제는 나와 독립한 그녀의 경험담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무자본 노동, 일하지 않고도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친 사람의 회사는 어떠했을까? 어느 날은 월급이 50%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항의를 하니 회사의 수입, 그리고 김팀장이 다다르지 못한 할당량을 직접적으로 공개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기본적인 노동법도 몰랐던 것일까? 그런데 그렇게 치열하게 일한 회사의 노하우는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브랜딩의 기본 원리, 블로그 마케팅의 기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업의 본질을 파악하라. 시장의 니즈를 이해하라. 키워드를 선점하라. 양질의 콘텐츠를 네이버 블로그 로직에 맞게 생산하라. 글쓰기를 연습하라. 매일 글을 쓰라… 나는 일견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허탈했다. 어디에도 세상이 혹할 만한 비법은 없었다.

나는 왜 사람들이 이런 성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 나는 자청과 김팀장의 성공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나의 고객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성공은 응용도, 심지어 자기복제도 어려운 법이다. 하나의 사업을 성공시킨 사람이 그 다음 사업에서 실패하는 일은 너무도 많다. 세상에는 기업의 성공 이유를 수년 간에 걸쳐 분석한 훌륭한 책들이 참 많다. 하지만 10년 후면 그 책에 나온 회사들의 대부분은 망해 있었다. 내가 네이버에 오늘의 책으로 소개한 ‘Good to Great, 좋은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가 바로 그런 책이다. 그런데 나는 자청의 성공담에 아직도 배가 고프다. 누구나 월 천을 벌 수 있다고 가르치고 돈을 벌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청의 회사에서 일한 김 팀장도 독립하자마자 월 1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설명하는 성공 원리가 브랜딩의 기초 원리라면 조금은 허탈하다.

나는 지속적으로 1000개의 스몰 브랜드를 세상에 소개할 예정이다. 그런에 이건 결과에 불과하다. 그 중에선 그 성공 노하우가 의심스러운 브랜드도 몇몇 보인다. 심지어 대표가 자청과 똑같은 방법으로 성공 원리를 강의와 상담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하지마는 성공 만큼이나 그 뒤에 숨은 원리와 노하우도 궁금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공한 브랜드 스토리 하나가 재밌는 블록버스터 영화만큼이나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성공했다고 일컬어지는 수 많은 브랜드의 뒷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캐볼 생각이다. 현업에서 일하는 브랜더, 마케터들에게서 그런 얘기를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옥석을 가리고, 노하우를 배우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세상에 남길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나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이자 철학이자. 나로 인해 이 브랜드 생태계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고 투명해지는 것, 이건 나의 소중한 시간을 쏟아붓기에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