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유행하는 월 천, 무자본 노동의 흔적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마케팅과 브랜딩의 '본질'에 가닿게 됩니다. 그게 뭐냐하면 사람들의 마음, 즉 본능과 욕구를 읽는 능력들을 저들이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문제는 그 목적이 자신의 부나 명예가 될 때 빚어지는 비극이 빚어진다는거죠. 히틀러가 원래부터 괴물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합니다.(그런 역사적 흔적은 몇몇 남아있죠) 그런데 자신을 추앙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는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온 인류가 기억하는 진짜 괴물로 남았습니다. 제가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썼을 때의 일입니다. 저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내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모임이 만들어지고, 오프라인 행사가 운영되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저는 별 수 없는 소시..
가게는 이슬람 사원 앞 10m 거리에 있었다. 인근에는 작은 공방, 손금 보는 가게, 수제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가게세는 대략 보증금 300에 월세 3,40 정도. 하지만 이곳 모꼬지는 한 주에 매출(순익이 아닌)이 50도 안될 때가 많다고 했다. 코로나도 큰 빚 없이 견뎌온 가게다. 하지만 이태원 사고로 손님은 오히려 코로나 때보다 더 줄었다고 했다. 물론 내가 가게를 찾은 날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그러나 이태원을내려와 한남동에 들어오니 곳곳에 손님들이 보였다. 그러나 모꼬지에는 내가 있는 3시간 동안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모꼬지의 주인은 미국에서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다. 2010년 초, 가족 문제로 신당동 인근에서 해물 포차를 시작했다고 했다. 장사를 한지 3개월이 지나..
얼마 전 한 스타트업의 브랜드북 작업을 하게 됐다. 몇 달의 시간이 지난 후 흐뭇한 결과물을 받을 수 있었다. 책이 입고되던 날, 회사 대표님이 너무 좋아한다는 피드백에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담당자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누군가 옥의 티 같은 오탈자들을 꼼꼼히 찾아 그 리스트를 보낸 모양이었다. 명백한 내 잘못이었다. 나는 곧바로 이전 책을 폐기하고 새로 책을 찍자고 했다. 1000부를 새로 찍는데 44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나는 이 비용을 모두 대겠다고 했다. 회사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은건 그 다음날의 일이었다. 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제안을 받았다. 전량 폐기하고 재쇄본의 비용을 내가 감당하는 것, 또 하나는 기존 책을 활용하는 조건으로 폐기하지 않는 대신..
막 회사를 나왔을 때 여러 가지 유혹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건 불안과 외로움이었다. 마침 나 같은 사람을 위한 협동조합이 있어서 당시로선 거금인 150만 원인가를 내고 가입했다. 팟캐스트에 출연했더니 나중엔 내게 녹음과 편집을 맡겼다. 강연자로 한 번인가를 나서 50만 원 정도를 받았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는데 협회 가입비를 회장이란 사람이 개인의 월급으로 가져가는 게 문제가 되어 협동조합은 공중 분해되었다. 그때 한 가지 크게 깨달은게 있다. 자기 앞가림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와 협업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사실이었다. 최근 무려 800만 원 가까운 가입비를 내야 하는 협회의 설명회를 들었다. 2시간 반 넘는 설명회를 듣다 보니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다. 3명의 전문가가 무려 120명을..
몇 년 전 저희 어머니가 옥장판을 집에 보내오셨습니다. 딱 봐도 엉성한 품질에 무겁기만한 이 장판이, 무려 600만 원이나 한다는 걸 알게 된 건 아들의 네이버 검색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소비자 보호원 같은 온갖 곳에 전화를 한 뒤에야 욕을 먹으며 환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름이 성경에서 따온 듯 해서 두 배로 불쾌했었죠. 하지만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들이 판게 장판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그 사람들은 어머니에게 아들이 주지 못한 관심과 애정을 판 거였습니다. 어머니에게 그 분들은 가족 그 이상의 신뢰를 얻고 있었어요. 몇 백만원 짜리 장판은 그에 대한 보답이었을 뿐입니다. 이 사기꾼들은 제품이 아니라 거짓된 가치를 팔고 있었던 겁니다. J라는 사람이 쓴 책을 읽었습니다...
최근 저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나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해온 분의 책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일에 대한 열정, 집요함, 전문성까지, 돈을 받으며 비싼 수업을 받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가진 인맥의 힘입니다. 선배, 동료, 후배들의 경력과 현업에서의 지위가 하나같이 화려합니다. 왜 공부를 열심해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학력은 더 나은 출발선에 서게도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에 가입할 자격을 얻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들이 부와 명예를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아예모르거나, 때로는 알고도 외면해왔습니다. 그런데 요..
네이버 라인의 계열사를 다니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연초부터 비용 절감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고 하네요. 캐시 카우인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도 30%나 줄었다고 하네요.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투자가 얼어붙었다고 아우성이십니다. 한때 잘나가던 스타트업들이 권고사직으로 바쁜 걸 보면 올해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래서인지 지인이 유튜브 하나를 소개해주었습니다. 한 마디로 쉽게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유튜버입니다. 신사임당과 유사한 컨셉인데 컨텐츠 하나 하나가 월 천 만들기 등 아주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소재들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컨텐츠를 워낙 싫어하는 사람이라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오랜 지인이 추천해서 못 이기는 척 하고 십 여개의 영상을 보았습..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신사동 가로수길에 요즘 힙하다는 분식집이 하나 있습니다. 메뉴가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별하진 않아요. 메인이 떡볶이, 김밥, 김치볶음밥, 비빔면 등이고 홍콩 토스트와 돈까스 샌드 같은 색다른 메뉴가 있습니다. 요즘은 명란에그라이스와 마라탕라면이 추가되었군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메뉴입니다. 하지만 다녀온 후기들을 보면 딱히 맛있다는 얘기들을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요. 김치볶음밥이 8,800원이고 마라탕 라면은 8,500원이나 합니다. 뭔가 분식을 고급화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 가게엔 2,30대 여성 손님들로 넘쳐납니다. 신기한 일 아닌가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 집은 떡볶이를 팔면서도 이렇게 힙한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었던 걸까요?..
퇴사 후 첫날 한 일은 글쓰기였다. 그간의 쌓은 몇 안되는 노하우를 누가 읽을지도 모를 블로그에 옮겨놓는 일이었다. 며칠 지나면 다 잊어먹을 것 같았다. 내가 한 일의 가치를 얼마간은 지키고 싶다는 열망에 눕고 싶은 게으름을 붙잡아 끌어 의자 위에 앉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 글이 대박이 났다(몇 만 명 정도가 그 글을 읽어주었다). 생전 처음 기업의 초대로 강의란 것을 해보았다. 지금 기억하면 식은 땀이 흐를만큼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 다음 도전에 도움이 되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책 한 권을 만들어냈고, 그 책들이 또 일파만파 퍼져나가 일거리들을 물어와 주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지금 브랜드와 관련된 여러 일들을 하는 중이다. 그래서 문득 ..
내 생에 첫 책을 냈다. 강연 의뢰와 인터뷰 요청이 잦아졌다. 그때 가장 큰 고민은 그거였다. 이발을 해야 하나? 뭘 입고 가지? 회사 다닐 때도 한 잡지사의 취재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결국 회사 핑계를 대고 사양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사진 촬영에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내게 인터뷰 요청이나 프로필 사진 요청은 거의 '재앙'에 가까운 부담이었다. 그래도 별 수 없이 몇 장을 찍었다. 생전 처음으로 활짝 웃는 사진이 나왔다. 잘 아는 지인의 프로필 사진 때문에 사진 요청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사진 한 장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 됐다. 그래서 요즘도 나는 매일 셀카를 찍는다.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 나를 좀 더 사랑하기 위해, 내 실체를 마주할 방법 중 사진만한 것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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