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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팔지 마라, '즐거움'을 팔아라 내겐 종종 들르는 단골 국숫집이 하나 있다. 비빔 국수가 특히 맛있다. 천연 재료로만 맛을 낸다는데 좋은 일이 있을 때면 말없이 들러 기분을 내곤 한다. 국수 치곤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국수를 먹고 나오는데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서 허둥대고 있는데 평소에 말이 없던 아저씨가 점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집 단골이니 나중에 받으라고. 평소에 눈인사만 하던 사이였는데 그렇게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간 기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시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막역한 사이가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저씨와 나는 서먹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도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면 그 국숫집을 찾는다. 분명.. 2020. 3. 11.
떡볶이가 아닌 '감성'을 파는 곳, 도산분식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신사동 가로수길에 요즘 힙하다는 분식집이 하나 있습니다. 메뉴가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별하진 않아요. 메인이 떡볶이, 김밥, 김치볶음밥, 비빔면 등이고 홍콩 토스트와 돈까스 샌드 같은 색다른 메뉴가 있습니다. 요즘은 명란에그라이스와 마라탕라면이 추가되었군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메뉴입니다. 하지만 다녀온 후기들을 보면 딱히 맛있다는 얘기들을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요. 김치볶음밥이 8,800원이고 마라탕 라면은 8,500원이나 합니다. 뭔가 분식을 고급화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 가게엔 2,30대 여성 손님들로 넘쳐납니다. 신기한 일 아닌가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 집은 떡볶이를 팔면서도 이렇게 힙한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었던 걸까요?.. 2020. 3. 10.
[Summary] 디지로그 디지로그 이어령/ 생각의 나무 2006년 5월 15일의 기록 * 젓가락이 상호의존성과 관계를 중시하는 배려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면 포크와 나이프는 개체의 분리를 기본으로 하는 독립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사실 근대의 개인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서양 사람들도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았다. 52p. * 우리에게 지금 시급한 과제는 정보기술 이상으로 무엇을 위한 정보냐 하는 정보 콘텐츠의 목적이다. 54p. * 그렇게 실컷 말하고도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또 있다는 말인가. "만나서 직접 말하겠다는 그 자세한 말"이란 다름 아닌 전화로는 나누기 힘든 '정'의 말인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말과 마음을 주고받는 '페이스 투 페이스'가 정보통신 시대에는 어려워진다. 55p. * 정보의 최종가.. 2019. 1. 22.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 이민호 "대단하시네요. 3시간 동안 쉬지도 않으시고요." 기상청에서 '스몰스텝'을 강의했을 때였다.열강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는데 공무원 한 분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알쏭달쏭한 이 말의 정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분명해졌다.그 날 나는 혼자 말했던 것이다.듣는 사람이 뭐라 하든 내 할 말만 했던 것이다. 이후로 나는 강의 내용을 완전히 바꾸었다.글쓰기처럼 기승전결의 구성을 완전히 버렸다.대신 아주 '구체적인' 스몰 스텝의 '경험'들을 초반에 배치했다.매일의 산책,산책길에 만난 길냥이,딸과의 교환일기,형편없는 솜씨의 그림 그리기...그렇게 10여 분을 이야기하다보면간간히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그때면 안심이 된다.사람들이 '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책으로 쓸 때는 전략을 바꿨다.Why를 .. 2019.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