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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오픈한 한 대형 외식업체는 2,30억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한다. 인플루언서를 전담하는 업체를 고용하는 데는 수억을 투자했다고 전해진다. 그 때문인지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곳은 어느 새 그 지역의 성지로 부상한 듯 하다. 시험 삼아 티맵을 모니 에버랜드에 가는 차가 14대인데 그곳을 향하는 차들은 무려 80여 대가까운 게 아닌가. 하지만 이건 놀랍고 새로운 일이 아니다. 외식업 쪽의 신흥 회사들은 그들만의 굳건한 인플루언서, 셀럽 그룹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초반 오픈시 한 브랜드를 띄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문제는 이 브랜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러브 마크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마케팅과 브랜드를 원론으로 배운 나는 종종 혼란스러웠다.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 미션과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현실에선 얼마나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지 너무나 절실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브랜드 컨셉을 도출하는 지난한 과정, 그것을 로고와 카피와 슬로건으로 뽑아내는 일은 정말로 안개 속을 헤매듯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하루 아침에 유명세를 타고 핫플이 되는 사례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그 카페의 인스타그램을 가보니 눈이 휘둥그래지는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약속이나 한 듯 포즈를 잡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브랜드도 나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컨셉이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손님들이 그곳을 찾는 것 같지는 않았다(물론 이런 컨셉이 자리를 잡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사진 찍기 좋고 인플루언서들이 추천하니 나도 나도 하며 찾아가는 사람들이 아마 훨씬 많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만난 현장의 실무자들을 붙잡고 이것 저것 물어보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그들에게 묻는다. 만약 그렇게 뜬 브랜드라면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요? 그들이 대답한다. 대표님, 세상이 바뀌었어요. 요즘 누가 그런 고리타분한(표현은 다르지만) 브랜딩을 해요. 업체 찾아서 인스타그램을 도배하지. 그 다음엔 어떻게 하냐고요? 또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거죠. 그렇게 새로 브랜드 만들어도 띄우기 쉬워요. 그들은 외식업을 하는게 아니에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하는 거에요(그러고보니 이 부분은 브랜딩의 본질에 가깝다). 사람들이 사진 찍고 놀만한 공간을 만드는 거죠. 맛은 기본만 해도 되요. 그게 유행이 다하면 또 새로 만들면 되는 거죠. 듣고 보니 한 가지 생각나는게 있었다. 요즘 뜨는 브랜드들의 대표는 다 젊다. 그리고 적게는 50개에서 많게는 100개의 브랜드를 붕어빵처럼 찍어낸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만한 브랜드들이다. 이른바 성공의 공식을 체득한 이들이다.

 

 

그들을 무작정 비판하고자 이 글을 쓰는게 아니다. 내가 배운 지식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드는 의문은 몇 가지 있다. 과연 이 땅에 내가 배운 브랜드라 부를 만한 것들이 앞으로 생겨날 수 있을까? 그리고 돈과 인플루언서 그룹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창업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성공 방식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다만 그런 그들의 그룹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뿐이다. 현장에 있는 마케터들은 말한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거라고. 그래서 요즘은 동네 카페, 빵집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스몰 브랜드들이 많아진다고 설파하고 다니던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이게 이론과 현장의 괴리인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인가. 나는 과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자청도 이런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른 하나의 퍼스널 브랜드다. 그는 그 자신이  인플루언서고 나름의 재력도 갖추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요즘 뜨는 유튜버들도 이미 그들만의 리그(자청이 직접 말한 내용이다, 아래 유튜브 캡쳐 화면 참조)를 공고히 구축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쓴 책은 (내가 보기에) 별다른 내용도 없어보이는데 쉽게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다. 물론 그들의 책이 팔리는 이유가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는 거라면 달리 이견은 없다. 그러나 그 모든 성공들이 소수의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고민하게 된다. 과연 앞으로 누가 제품과 서비스에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담으려 할까. 하다못해 음식 하나만 해도 외관과 비주얼을 중시 여기지 맛의 본질을 고민하고 연구할까,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브랜드 수업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과연 얼마나 책 속 지식을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현장의 마케터들은 과연 이런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다.


p.s. 혹시 비슷한 고민 하시거나 다른 생각 가지신 분들의 의견 환영합니다. 귀담아 듣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