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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궁금한게 많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관심을 갖고 관찰하긴 어렵다는게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행운아다. 나이 서른하고도 중반을 넘겨 '브랜드'를 만났기 때문이다. 내게 브랜드는 새로운 생각과 경험과 흥분의 원천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브랜드를 통해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왜 저 옷을 살까? 왜 저 사람은 저 브랜드의 차를 타지? 왜 같은 가게인데 한 곳은 잘되고 한 곳은 파리를 날릴까? 이런 의문이 꾸준히 글을 쓰는 동력이 되어 주었다.


하루는 성수역 인근에서 줄 서는 카페를 보았다. 사무실 근처라 퇴근할 때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시간을 내어 카페를 찾았다. 자리는 불편했고, 빵은 맛이 없었고, 게다가 과다한 에어컨으로 인해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카페를 나와서 그 궁금증은 오히려 더 커지고 말았다. 그러다 함께 일하는 어느 마케터로부터 그 카페의 오너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사람이 몰리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소위 '만들어진 브랜드'에 대한 글은 바로 그런 경험에서 나왔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 구매로 이어지는 단계가 생략된 이런 마케팅 방식이 나는 흥미로웠다. 그 글을 쓴 다음 날 출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같은 주제의 책을 쓰자는 제안이었다.


스몰 스텝이라는 책은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오랜 질문에 대한 답과 같은 책이었다. 내가 일하던 브랜드 전문지에서는 같은 주제로 두 번이나 특집을 기획하고 글을 썼다. 대부분 유명한 사람들의 아이덴티티를 분석한 글이었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지를 오래도록 고민했다. 그리고 나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가장 나다운 삶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스몰 스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무명 작가의 책은 놀랍게도 10쇄를 찍었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질문을 갖고 있는가가 새로운 책의 탄생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똑같은 경험을 하고도 다르게 반응한다. 그 경험을 그냥 흘려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곱씹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인사이트'라고 부른다. 독자들에 책에서 기대하는 것은 매우 단순하다. 물론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원하지만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 것은 인사이트와 공감이다. 그리고 이 중 인사이트는 대부분 같은 것을 보고도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등장하곤 한다. 당신은 최근 스스로에게 무슨 질문을 던졌는가? 어떤 호기심을 경험했는가?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이 있는가? 글쓰기의 스킬을 고민하기 전에 당신의 질문을 살펴보라. 질문하지 않는 당신은 결코 좋은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