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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런치에 약 1250편의 글을 썼다. 그 중에서 만 명 이상의 독자에게 전달된 글은 21편 정도다. 가장 최근에 쓰는 '두 아이가 모두 자퇴했습니다'는 3만 명 정도가 읽어주었다. 이 말은 1230편의 글은 채 만 명의 독자도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찾는 일은 어쩌면 쉬운 일이다. 나의 직업, 관심사, 경험 등 그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책은 일기가 아니다. 누군가의 손에, 마음에 가닿아야 한다. 그러나 내가 쓴 어떤 글이 독자들의 마음을 아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걸 안다면 내가 1200편 넘는 글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인들에게 SNS에 직접 글쓰기를 권한다. 사진이나 짧은 글 말고 제대로 된 한 편의 글을 써보라는 제안이다.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아마 두려움 아닐까? 마음 먹고 썼는데 하나도 '좋아요'가 달리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뼈를 때리는 악플이 달리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우리의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우리는 영영 '팔리는 글'을 쓰지 못한다. 나는 나의 감을 믿지 않는다. 공들여 쓰인 글은 씹히고?, 그냥 일필휘지로 휘갈려 쓴 글이 읽히는 경험을 여러번 했기 때문이다.

 

나는 두 아이가 자퇴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썼다. 그리고 그 글은 불과 이틀 만에 수만 명의 사람에 가닿아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사실 나는 이 글을 쓰고 무책임만 부모라 욕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누가 요청한 원고도, 특별히 사명감을 가지고 쓴 글도 아니었다. 오히려 백수 생활과 유사한 재수 생활을 하는 아들을 보며 부아가 치미는 시점이었다. 그런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글을 썼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도 그랬다, 내 아이도 그렇다며 공감과 용기를 보내왔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통해 치유를 얻었다. 내 선택이, 아이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린' 방식의 경영을 한다. 아주 작은 시도들을 빠르게 해보고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경영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내게는 페이스북이 바로 그런 도구나. 브런치는 상대적으로 그 반응이 늦은 편이다. 그날 그날 떠오른 편린이나 생각들을 올려 반응을 보곤 한다. 조금 긴 생각이 필요한 글이라 해도 페이스북의 좁은 글쓰기 화면을 가득 채우며 애써 글을 쓰곤 한다. 내가 쓰기 쉽고 독자는 반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인한 반응은 다음 글쓰기의 소재로 곧잘 이어지곤 한다. 하나의 글이 반응이 있으면 곧바로 '두 번째' 글을 연재한다. 이를 나는 넘버링 글쓰기라고 부른다. 내 페이스북을 보면 아마 그렇게 숫자로 표기된 글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글을 키우는 것은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것이다. 해를 만나지 못하는 글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풀과 같다. 자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평가 당하는 그 과정의 고통을 나는 누구보다도 많이 경험했다. 그런 나도 그 과정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글게 쓰여진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곤 한다. 아니 거의 대부분 실시간으로 쓰곤 한다. 퇴고를 거치지 않아 오타와 맞춤법 틀린 글을 올리곤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내 생각의 방향, 사고의 진행이 옳은지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퇴고와 윤문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나는 언젠가 회사를 은퇴하면 책을 쓰겠다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 단언컨대 그 사람은 퇴사를 하고 나서도 책을 쓰지 못할 것이다. 오늘 쓰지 못하는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는 글은 죽은 글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당신이 쓴 그 글을 세상에 내놓으라. 조회수와 좋아요와 댓글로 평가를 받아보라. 그 어떤 전문가보다 빠르고 정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독자니까. 어차피 우리가 쓴 글은 독자들이 읽을 글들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페이스북에, 인스타에, 블로그에 공개해보라. 자주 많이 써보라. 뻔한 충고라고? 그런데 그 뻔한 충고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나는 이 글도 그렇게 썼다. 반응이 없다면 또 다른 소재와 주제를 찾아나설 것이다. 이것이 내가 15년의 글쓰기로 익힌 나만의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