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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이슬람 사원 앞 10m 거리에 있었다. 인근에는 작은 공방, 손금 보는 가게, 수제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가게세는 대략 보증금 300에 월세 3,40 정도. 하지만 이곳 모꼬지는 한 주에 매출(순익이 아닌)이 50도 안될 때가 많다고 했다. 코로나도 큰 빚 없이 견뎌온 가게다. 하지만 이태원 사고로 손님은 오히려 코로나 때보다 더 줄었다고 했다. 물론 내가 가게를 찾은 날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그러나 이태원을 내려와 한남동에 들어오니 곳곳에 손님들이 보였다. 그러나 모꼬지에는 내가 있는 3시간 동안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나의 책쓰기 수업에 참여 중인 지인을 만나고 온 후에 바로 쓴 글이다. 도입부를 어찌 쓸지 집으로 오는 길에 내내 생각했다. 나는 이 3시간의 만남을 통해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을 쓰고 싶었다. 가장 큰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외로워보였다'라고 쓰는 것은 아마추어의 글쓰기다. 이슬람 사원 옆 30만 원 월세를 내는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으로 독자들을 끌고 오고 싶었다. 최극의 비극적인 사고가 이들에게 끼친 영향을 말하고 싶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분주한 그날,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던 그 순간을 담담히 그려냈다. 이 글을 읽은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보내왔다.


"재차 읽으면 읽을 수록, 뜨거운 정종이 온 몸을 타고 흐르는 훈훈한 감동을 느낍니다."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논리와 설명이 아닌 감정의 영역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설명'하는 글을 쓴다. 주관적인 글쓰기다. 독자가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러니 글을 쓸 때는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 최대한 제 3자의 시점으로 상황을 묘사해보라. 독자와 같이 그 상황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자를 친구로 만드는 글쓰기다. 독자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독자는 그제서야 마음을 연다. 그 상황을 함께 바라보며 이런 저런 나름의 생각을 담을 수 있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이 '모꼬지'라는 가게를 어렵게 견뎌오고 있는 주인의 외로움,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정과 강단에 관한 거였다. 그러나 그런 말을 처음부터 쓰긴 싫었다. 그 대신 가게의 정취만으로도 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루는 젊은 커플 손님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너무도 행복해보이는 남자쪽과 달리 여자친구 쪽은 불만이 목끝에 찬 듯 불편해 보였다고 했다. 그래서 주인은 전에 없는 일이지만 넌지시 '불편한 것은 억지로 참지 말라'는 조언을 전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남자 친구가 찾아왔다고 했다. 여자 친구가 주인의 조언으로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겪은 후 주인은 항상 손님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고 했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두기가 가게 운영의 핵심이라고 했다. 배를 채우는 식사가 목적인 밥집과 그 점이 가장 다르다고 했다."

 

또 한 가지는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이 가게 주인의 성향을 말해주는 에피소드의  발견이다. 300만 원의 보증금과 30만 원의 월세, 3시간의 대화, 어느 젊은 커플 손님을 만난 에피소드... 이런 구체성은 독자들에게 마치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 처음부터 느낀 점, 배운 점을 이야기하지 말자. 조금은 건조한 듯 사건과 상황을 욕심부리지 말고 적어보자. 가능하면 구체적인 사건을 이야기하자. 만약 그렇게 쓸 수 없다면 그 소재는 아직 성근 것이다. 숙성이 필요한 재료다. 이제 정리해보자. 제 3자의 눈으로 사건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쓰는 훈련을 하자. 독자에게 설명하려들기보다 그 상황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쓰자.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하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 예시글 전문 보기

https://bit.ly/3wlRr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