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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저희 어머니가 옥장판을 집에 보내오셨습니다. 딱 봐도 엉성한 품질에 무겁기만한 이 장판이, 무려 600만 원이나 한다는 걸 알게 된 건 아들의 네이버 검색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소비자 보호원 같은 온갖 곳에 전화를 한 뒤에야 욕을 먹으며 환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름이 성경에서 따온 듯 해서 두 배로 불쾌했었죠. 하지만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들이 판게 장판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그 사람들은 어머니에게 아들이 주지 못한 관심과 애정을 판 거였습니다. 어머니에게 그 분들은 가족 그 이상의 신뢰를 얻고 있었어요. 몇 백만원 짜리 장판은 그에 대한 보답이었을 뿐입니다. 이 사기꾼들은 제품이 아니라 거짓된 가치를 팔고 있었던 겁니다.

 

J라는 사람이 쓴 책을 읽었습니다. 그 분의 팬들이라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에서 그의 성공과 관련된 어떤 실체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루저로 살아가던 사람이 연애 상담을 해서 갑자기 3,00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고 합니다. 유튜브를 해서 또 수천, 수억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하는 '이상한 마케팅'은 어떤 전략과 방법론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었는지, 그 성공이 도대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건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하루 2시간 동안 2년을 책을 읽으면 성공한다는 22 전략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모르고 있어서 그런거라면 누군가 좀 알려주세요. 제가 이 분의 사례를 드는 이유는 '월 천'을 이야기하는 많은 유튜버들이 자신들의 우상, 모델과 같은 존재로 말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소위 지식 서비스를 매개로 성공한 분들의 사례를 보니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이 인생과 사업을 특정한 공식으로 풀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1+1=2'라는 성공 공식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여기서 2는 비즈니스적인 성공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월천러들의 강연과 전자책을 보면 공식만 있습니다. 성공의 실체가 없습니다. '1+1'이라는 공식 자체는 맞습니다. 하지만 이 공식은 '2'라는 성공의 실체가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줄창 '1+1'이라는 공식만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마케팅 설계자'라는 무자본 수익 창출에 관한 내용의 쓰인 외서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방식이 통하고 있습니다. 와디즈와 같은 펀딩 사이트는 물론이고 온갖 SNS에 도배되듯 홍보와 광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저는 요즘 사람들의 불안을 이들이 파고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남에게 뒤쳐지고 싶지 않고, 가만히 있기엔 불안하고, 그렇다고 치열하게 뭔가를 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의 '불안'을 매개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이 하루에 한 시간만 일하고도 월 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호기어린 장담으로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두가 거짓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생산과 소비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초연결의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비즈니스가 충분히 발현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피땀어린 노력 없이 성과를 내는 경우는 희박합니다. 그리고 그런 갑작스런 성공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직장 초년생일 때 수백 권이 자기계발서를 읽은 사람입니다. 2년 쯤 지나가 파워 블로거가 되었습니다. 연말에 포털 사이트가 뽑은 10명의 블로거에 뽑히기도 했었죠. 네이버, 알라딘, 예스24의 담당자로부터 수십 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서평을 의뢰받았습니다. 대필이지만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저만큼 절실하게 자기계발서를 읽은 사람도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가장 가난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2년 간 2시간씩 책을 읽는다고 바뀌는 인생이라면 제 인생도 바로 달라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책들이 준 내공으로 돈을 벌기까지는 이후로도 10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손 쉬운 성공에 열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좀 더 스마트한, 나름의 성공의 공식을 써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비즈니스와 삶에 있어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그게 있다면 오직 그 사람만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건 다시 써먹을 수도 없는 일회용이죠. 적어도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