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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라인의 계열사를 다니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연초부터 비용 절감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고 하네요. 캐시 카우인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도 30%나 줄었다고 하네요.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투자가 얼어붙었다고 아우성이십니다. 한때 잘나가던 스타트업들이 권고사직으로 바쁜 걸 보면 올해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래서인지 지인이 유튜브 하나를 소개해주었습니다. 한 마디로 쉽게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유튜버입니다. 신사임당과 유사한 컨셉인데 컨텐츠 하나 하나가 월 천 만들기 등 아주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소재들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컨텐츠를 워낙 싫어하는 사람이라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오랜 지인이 추천해서 못 이기는 척 하고 십 여개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더는 지인에게 '선비같다'는 얘긴 듣기 싫었거든요. 아래의 글은 나름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는 제가 본 이 영상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후기입니다.

 

사실 저도 월 천 이상은 꾸준히 벌고 있는 사람입니다. 70퍼센트는 컨설팅 관련, 30% 정도는 강의 관련 수입입니다. 평범한 구조이지만 안정적인 구조는 아닙니다. 월 2,3천의 수입을 올릴 때도 있지만 월 500을 벌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3년 가까운 평균 수입은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문제는 제가 아프면 못 버는 구조라는 겁니다. 지인은 그런 저도 돈 버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콘텐츠에 집중하느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소홀히 했던 점도 반성했습니다.

 

하지만 월 천을 버는 구조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제품이든 강의이든 경쟁력 있는 상품과 콘텐츠를 만든다, 사람을 모은다, 그 사람들에게 그걸 판다, 였습니다. 이게 가능해진건 다양한 채널의 등장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줌, 인스타그램, 하다못해 네이버 밴드, 단톡방 등으로 사람을 모으고, 강의를 하고, 구매 대행 등의 방법으로 제품을 파는게 쉬워졌으니까요. 마음만 먹으면 중국에서 아이템을 정해서 로고 작업과 포장까지 모두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엄두도  못 낼 작업을 컴퓨터 한 대로 다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월 천을 못 버는 사람이 바보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영상들이 'HOW'에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나 인스타에 글 하나, 사진 하나 올리는 걸 너무 쉽게 이야기합니다. 저만 해도 브랜드 관련 글을 15년 째 쓰고 있지만 반응 있는 글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 책을 3권을 쓰고 남의 책은 수십 권을 썼는데 말이죠.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건 어쩌면 쉬운 일입니다. 도대체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내는게 어려울 뿐이죠. 컨텐츠만 해도 그렇습니다. 블로그에 글만 쓰면 애드 센스를 붙일 수 있다는건 거짓말입니다. 브런치에서 상을 두 번이나 탄 저도 애드 센스는 통과못했던게 현실입니다.

 

물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하나는 돈 버는 시스템에 관한 시야가 트이더군요. 저는 1회성 강연은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걸 가두리 양식장처럼 수익 구조로 만드는데는 젬병이었습니다. 하지만 15년 경력의 브랜드 전문가도 월 천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수익이 3,4년 정도의 평균 수익인지도 궁금합니다. 제목이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현실성 있는 화두인지는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누구나 하면 월 천 쉽게 벌 수 있다는 호언에는 아직도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게 쉬우면 자본주의 사회가 아닐 거에요.

 

오해는 마세요. 지인이 소개해준 유튜브 채널에는 분명 지혜로운 사업가들이 많았습니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유용한 정보도 많았습니다. 알았지만 용기가 없거나 게을러서 따라하지 못한 정보에는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어려운 걸 어렵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한 달 완성 토플을 보고 그걸 믿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그건 시적 허용처럼 마케팅적 수사일 뿐입니다. 그런데 비즈니스 세계에선 그걸 실제로 믿는다는게 문제입니다. 돈 버는게 어디 쉽던가요? 아주 특별하고 일시적이고 희소한 성공 사례를 일반화하지 않았으면, 조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몇몇 은행과 증권사가 파산할 거라는 소문도 들립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저도 수익 구조를 만들어볼 겁니다. 그동안 쌓은 브랜드 지식으로 1년 간 격주로 강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강의안과 동영상은 판매도 할겁니다. 평생 회원도 모집할 거고 컨설팅도 할 겁니다. 그 중에서 진짜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면 저도 사업에 뛰어들 겁니다. 그러나 손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얘기도 어디에서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대신 옥석을 가려낸 정보를 정직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모두가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새해, 여러분의 비즈니스가 건승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