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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첫날 한 일은 글쓰기였다. 그간의 쌓은 몇 안되는 노하우를 누가 읽을지도 모를 블로그에 옮겨놓는 일이었다. 며칠 지나면 다 잊어먹을 것 같았다. 내가 한 일의 가치를 얼마간은 지키고 싶다는 열망에 눕고 싶은 게으름을 붙잡아 끌어 의자 위에 앉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 글이 대박이 났다(몇 만 명 정도가 그 글을 읽어주었다). 생전 처음 기업의 초대로 강의란 것을 해보았다. 지금 기억하면 식은 땀이 흐를만큼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 다음 도전에 도움이 되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책 한 권을 만들어냈고, 그 책들이 또 일파만파 퍼져나가 일거리들을 물어와 주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지금 브랜드와 관련된 여러 일들을 하는 중이다. 그래서 문득 드는 한 가지 질문...


"브랜드는 만들어지는 것일까? 발견되는 것일까?"


브랜드 컨설팅 건으로 나를 찾는 분들은 흔히들 이런 말로 운을 떼기 시작한다. '브랜드 하나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하지만 걱정은 기우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는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고 싶은데...' 말과 동의어일 때가 많다. 돈을 벌고 싶은데 좀 더 세련되게 벌고 싶은 것이다. 기존의 마케팅 방법으로는 한계가 생겼으니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절박한 마음 헤아리지 못할 것은 아니나, 그런 재주가 있으면 내가 이렇게 어렵게 1인기업으로 일하겠는가. 실제로 그런 분들인게 분명해지면 서둘러 자리를 파할 궁리를 찾는다. 그런 신기에 가까운 재주는 내게 없고, 그런 구실로 사기 아닌 사기를 칠 용기게 내게는 없다.



'1박2일'은 계획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많은 경우 우연히 '발견'되었다


브랜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은 경우 발견된다.


전에 없는 새로운 마케팅 솔루션으로 한 달 만에 매출을 100% 신장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일은 아주 가끔씩만 일어난다. 그 조차도 운일 때가 대부분임을 아는 사람은 안다. 사후약방문으로 해석하긴 쉽지만, 역으로 그 방법을 써서 성공하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운이 아닌 경우는 대부분 '스토리'들을 가진다. 그들 역시 모든 사람들처럼 심각한 문제를 만나게 마련이고,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다. 해결하지 못해도 도망은 가지 않는다. 그 끈기와 인내 자체가 해법일 때도 많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들은 그 시간을 감내하지 못한다. 그 문제를 직면할 용기도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어와 실천은 더더욱 부족하다. 그래서 그들은 브랜드가 되지 못한다. 그저 간판과 이름과 CI, BI로 남을 뿐이다.


나영석 PD의 프로그램들은 만들어진 것일까? 발견된 것일까?


'퍼블리'에 소개된 나PD의 책을 두어 번에 걸쳐 읽었다. 그곳에는 뜻밖에 그의 성공 방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솔루션은 나왔다. 그가 했던 방식을 고스란히 따라 하면 된다. 그런데 그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와 같은 대박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는 감히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만드는 프로그램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만화방을 찾았다. 그 만화방에서 '빵' 터지는 장면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살핀다. 어느 시점에서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발견'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 그는 6밀리 카메라를 '발견'한다. 촬영과 촬영 아닌 시간을 아예 없애 버린다. 화장실까지 쫓아가 그들의 모습을 담는다. 비로소 자연스러운 패널들의 모습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귀신을 없내는 은지원이 폐교에 들어간다. 차원이 다른 비명 소리가 폐교 밖으로 울려 퍼진다. 얼굴이 하얘진 은지원이 나감독에게 되묻는다.


"감독님, 보셨어요? 이 폐교 주위에만 귀신이 50마리는 있다니까요."


이 장면도 '발견'이다. 패널들의 반응을 살피던 나PD의 눈에 '발견'된 것이다. 그것은 6밀리 카메라에서부터 시작된 거였다. 시도가 없었다면 발견도 없었을 것이다. 복불복 게임도, 한뎃잠을 자야만 하는 1박 2일의 컨셉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 '발견'되었다. 그 어느 것도 치밀한 계획이나 설계에 따르지 않았다. 대부분은 임기응변 끝에 발견된 것들이다. 겨우 책 한 권을 지어낸 나의 경우도 비슷했다. 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만들어내기보다 발견했다. 나는 내 강의에 사람들이 반응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한 열망과 우연한 도전을 피하지는 않았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뜻하는 않은 결과들이 만들어지곤 했다. 그리고 그 발견을 눈여겨 보곤 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사람들에게 글로 알리곤 했다. 나PD가 6밀리 카메라를 들이댔던 것처럼.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복불복 게임을 제안한 것처럼. 그가 그 자신을 카메라 앞으로 끌어냈던 것처럼.



강남 대로변에서 자신의 제품을 팔 용기가 당신에겐 있는가?


당신은 오늘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가, 그 시도에서 어떤 결과를 발견한 적이 있는가.

그 시도는 많은 경우 '무모한' 경우가 많다. 무모하지 않다면 평범한 것일 테니까. 평범하다는 것은 누군가 한 번은 해보았다는 뜻이다. 요즘 사람들이 그러한 평범함에 반응할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매일 '미션 노트'를 쓰곤 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나름의 '무모한' 도전 한 가지씩은 꼭 하려고 한다. 그동안 소원했던 분들에게 카톡을 보내고, 전에 읽기 싫었던 책에도 눈길을 준다. 지난 번과 다른 길을 걸어가보기도 하고, 전혀 다른 형식을 글을 써보곤 한다. 다른 방법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전혀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나올 '스토리'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기업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이전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무모한' 도전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 시도가 낳은 성공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빚어진 실패도 '스토리'가 되게 마련이니까. 일단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그 어떤 방법으로든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내가 가장 찾고 싶은 스토리들이다. 그러니 비싼 돈 들여 CI, BI를 고치고 홈페이지 디자인을 고치는데만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말자. 어제와 다른 시도를 해보자. 그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리액션을 유심히 살펴보자. 6밀리 카메라를 들이대보자. 은지원의 흔들리는 눈빛을 살펴보자. 복불복 게임을 제안해보자. 한뎃잠을 자보자. 그 과정을 사람들에게 블로그로 페이스북으로, 인스타그램으로 전해보자. 그리고 그 반응을 관찰해보자.


그렇게 브랜드는 발견되어질 테니까. 그래야 비로소 하나의 브랜드가 만들어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