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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나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해온 분의 책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일에 대한 열정, 집요함, 전문성까지, 돈을 받으며 비싼 수업을 받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가진 인맥의 힘입니다. 선배, 동료, 후배들의 경력과 현업에서의 지위가 하나같이 화려합니다. 왜 공부를 열심해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학력은 더 나은 출발선에 서게도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에 가입할 자격을 얻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들이 부와 명예를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아예모르거나, 때로는 알고도 외면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아주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를테면 신흥 그룹이 생겨난 겁니다. 그 중 하나가 유튜버나 인스타그램 같은 채널에서 탄생한 인플루언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수입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데 특정한 대학이나 인맥으로 성공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졸이나 평범한 직장인도 흔하게 만납니다. 그 정점에는 자청이나 신사임당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존재를 전문가 그룹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무시하거나, 외면하거나, 조금 경계하는 정도입니다. 마음 깊이 인정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사기꾼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요. 사실 자청의 책을 읽은 저도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시선을 그들이라고 왜 모르고 있을까요?

 


지인의 추천으로 '월 천'의 수입을 이야기하는 많은 인플루언서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유튜브 영상으로요. 그리고 이 두 그룹의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두 그룹은 명성을 얻고 부를 쌓고 영향력을 얻는 과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그룹은 정해진 코스를 밟아 엘리트 그룹에 들어간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 눈에 SNS로 유명해진 이들의 성공 논리를 선뜻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일 겁니다. 저만 해도 월 천을 달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아주 자주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기존의 기득권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겐 사기꾼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들의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마음의 빗장을 풀고 이야기를 듣노라면 인정해야할 부분이 많은 걸 알게 됩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을 모으고, 신뢰와 영향력을 얻고, 부를 쌓아가는 방식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고졸의 어떤 유튜버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올립니다. 목적은 하나입니다. 호기심을 채우고 조회수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하등 쓸데없는 이런 시도가 가능한 이유는 기존과 다르게 돈을 버는 방식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배운 마케팅과 브랜딩의 핵심도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과정에서의 가치 실현이거든요. 그 가치가 결국은 돈이구요. 그리고 이 같은 방식은 머지 않아 또 하나의 기득권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판사와 검사로 돈을 버는 것도 결국은 '영향력'을 얻는 과정 아니던가요. 다만 그 방법이 시험이라는 사회의 공식적인 룰을 거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인 거죠.

 

이 글을 쓰면서 '포리얼' 동영상을 정주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

 

마케팅만 해도 그렇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 지식과 경험, 부를 쌓은 이들은 데이비드 아커의 책 한 권 읽지 않은 사람들이 브랜드 운운하는게 영 못마땅한게 사실입니다. 저만 해도 비전문가가 브랜드를 이야기하면 조금 불편할 때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수없이 많은 관련 책을 읽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류가 바퀴를 발명하고 파는 과정에서도 마케팅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요.(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그러니 나름의 방법으로 월 천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 두 그룹이 서로를 인정하기까지는 아직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그 중간에 있습니다. 자청이 말하는 마케팅을 저는 아직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조금 더 그를 연구해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를 나와 삼성에 다니는 전문가만 인정받는 시대는 그 종점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에서 지식을 팔고 돈을 버는 사람들을 결코 무시할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미국의 11년 차 베테랑 팟캐스터 조 로건은 스포티파이에 자신의 팟캐스트 콘텐츠를 1200억에 팔았습니다. 신사임당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20억에 팔았구요. 이런 일은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거에요.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어서입니다. 부와 명예를 축적하고 전파하느 방식도 변화할 겁니다. 우리는 그 지금 그 변화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포리얼'에서 이메일을 등록하니 이런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앞으로 두 그룹의 중간 지점 어딘가에서 양 쪽 모두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전달해보려 합니다. 기존의 그룹 역시 자신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낼 겁니다. 기존의 마케터와 브랜더가 바뀐 세상에 적응하는 방식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브랜딩하는 사람들도 직접 만나 그 옥석을 구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하우를 학습하고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두 그룹의 언어를 번역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감당해보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호기심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저는 저 나름대의 영향력을 얻을 수 있겠지요? 그 과정에서 얻을 지식과 지혜들이 기대됩니다. 가능하다면 돈도 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지식을 또 다시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문득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은 '좋아요'로 답해주세요. 더 열심히 이 주제를 파는데 큰 격려가 될 것 같습니다. :)

 

p.s. 아, 그러고보니 최근에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이 동접자 20만을 넘겼습니다. 기존의 언론사는 꿈도 못 꿀 일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사건입니다^^ (정치적 의미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