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날 그는 스파게티와 와인을 대접했다. 두 번째 날은 순두부를 먹었다. 둘 다 가장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했다. 네다섯 번 만나는 동안 언제나 최고의 식사를 했다. 그는 내가 제시한 금액이 오히려 작다고 했다. 모두가 처음 만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런 갑들만 세상에 존재한다면 무슨 근심걱정이 있을까. 그렇게 나는 그의 새 책 '아름다움을 욕망하라'의 한 챕터를 쓰는 계약을 했다. 사족같은 글이었으나 굳이 함께 하고 싶다는 그의 결심의 결과였다. 그는 신사동에서 에스테틱(스파)을 운영한다. 그는 언제나 흰색 테의 안경을 쓴다. 그의 이름은 박정현이다. 이런 대접은 약속을 잡은 그 날부터 시작됐다. 미팅 일자를 잡고 보내온 문자에는 에스테틱으로 가는 거의 모든 교통편과 상세한 안내가..
회사는 양재동 골목의 깊숙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확히 메시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건물을 둘러싼 담벼락에는 거대한, 그러나 경쾌한 광고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뭔가 비범하다는 인상을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그 날 오후의 일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됐다. 마치 보랏빛 소를 만난 기분이었다. 만난 사람들도, 그들이 하고 있는 일 자체도 특별하지 않았다. 그 집은 다름아닌 '간판' 만드는 회사였다. 회사 이름은 '동부기업'이라고 했다. 누가 이 이름을 듣고 선뜻 간판 회사를 떠올릴 수 있을까? 게다가 40년 넘게 같은 일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명함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을 것이며, 이익을 위해 거짓말 하지 않겠다는 사훈?이 적혀져 있..
월요일이 싫었다.비오는 월요일은 더 싫었다.그때 나는 내게 선물을 주었다.월요일 저녁 6시,정각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나는 칼퇴를 했다.회사에는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그리고 강남 교보로 가서 북헌팅을 했다.무려 13년 전의 일이다.그때의 나는 무엇에 그리 갈급했을까? 우연히 그때 기록하던 블로그를 발견했다.나도, 블로그 서비스도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343권의 독서록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그때의 나는 갈급한 만큼 열심이었다.네이버, 알라딘, 예스24에서는그런 나의 열심을 극진해 대해주었다.수십만 원의 적립금과여러 차례의 리뷰, 파워블로거가 보답이었다.그런 13년 전의 나를이제서야 다시 만나 곱씹고 있다. 그때는 몰랐다.13년 후의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를.설익은 생각과 어설픈 다짐들이지금의 나를 헛웃..
짐 콜린스 / 이무열김영사 / 1판 54쇄2005년 9월 26일 / 교보문고 짐 콜린스가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에 대한 비판에 답하고자다시 5년동안 연구해서 발표한 책...그는 이책을 완성하고 '과연 얼마면 이 책의 출간을 포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1억달러에서 생각을 멈추고 산을 내려왔다고 한다.1억달러에도 이 책의 출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그만한 자신감을 가진 책이라면 읽어줘야 할 밖에^^ *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의 전환에 불을 붙인 경영자들은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먼저 생각하고 난 다음에 버스에 사람들을 태우지 않았다. 반대로 버스에다 적합한 사람들을 먼저 태우고 (부적합한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리게 하고) 난 다음에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생각했다. 그들 이야기의 ..
몰스킨, 미도리, 무지노트…시그노, 제트스트림, 유니스타일핏…사파리, 카쿠노, 프레피… 글쓰기엔 젬병이면서도 늘 필기구엔 욕심을 부리고 있는 나를 본다. 그마저도 비싼 브랜드는 엄두를 내기 힘들어 주로 중저가의 필기구를 기웃거리곤 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좋은 펜이 좋은 글을 쓰게 하리란 기대를 할만큼 어리석은 나는 아니다. 그저 뭔가를 쓰고 기록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나는 펜이 좋다. 그리고 그 펜의 무대가 되는 노트를 고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도 핫트랙스의 펜과 문구 코너를 수시로 들락거리고, 관련 유튜버들의 리뷰를 숙독하곤 한다. 그러다 우연히 ‘복면사과 까르네’란 노트 브랜드를 만났다. 아무리 봐도 별 특징이 보이지 않는 이 노트가 마음에 ..
일상의 틀에 매여있는 샐러리맨들도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저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해주었고, 또 그렇게 살고 있는 듯 하다.그의 시각은 때론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소시민적인 것처럼 보인다.일상의 삶에서 느끼는 행복과 주변 지인, 자연과의 교감,그리고 자신을 조금씩 더 낫게 만들어가는데서 오는 만족감으로 충만해보인다.그의 관심은 다양하나 잔가지가 없어보이고 어떤 일관성을 띠고 있지만거대한 사상가의 그것과는 또 거리가 있다.내가 이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생각하는 방법과 관심의 대상,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의 원천이 무엇인가에 대한공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어찌되었건 크고 거대한 것이 항상 위대하지는 않다.이 사람처럼 '일신우일신'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2005.0..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오래 전 블로그에서매일 같이 기록하던 독서록을 찾았다.간단한 리뷰와 써머리가 대부분이지만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다시 읽어보고자 한다. *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건국후 최초 150년간에 나온 거의 대부분의 문헌들은 성품 윤리(Character Ethics)라고 부르는 인성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여기에는 예컨대 언행일치, 겸손, 충성, 절제 용기, 정의, 인내, 근면, 소박, 수수함, 그리고 황금률등이 있다. 대표적인 문헌으로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들 수 있다. 그의 자서전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본성에 깊이 감추어진 내면적 원칙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습관을 통합시키려고 노력하는 한 인간을 다루고 있다. 23p. * 우리는 깊은 사고, 믿음, 그리고 기도를 함으로써 아들..
스몰 스텝과 관련된 두 개의 톡방이 있다.하나는 일상을 나누는 곳이고다른 한 곳은 '스몰 스텝 플래너'를 나누는 곳이다.이 방들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그 중 하나가 '오늘의 현황'이다. 자신이 정한 스몰 스텝 중실천한 수를 기록해 올리는 규칙인데대략의 형식은 다음의 사진과 같다.마치 주식 시세처럼매일의 기록이 톡방을 통해 공유된다. 그런데 이 규칙은 내가 만든게 아니다.처음의 실천한 수를 기록하자는 제안도등락을 표시하자는 제안도바로 이 단톡방에서 자발적으로 나왔다.나는 그 '자발성'이 좋다.이것의 유익을 보여주는데 있어서그만큼의 증거도 달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엔 또 한 번의 진화가 있었다.다름 사람을 위해 미리 빈칸을 만들어 주는 배려다.이게 뭔가 하실 분도 있겠지만이 작은 배려가 은근한 감동..
세작을 마셨다. 차 맛이 달았다. 결코 편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마음에 알 수 없는 평화가 찾아들었다. 일주일 정도였다. 마음 고생을 했다. 늘 그렇듯 프로젝트는 또 한 번의 난항을 만났다. 며칠을 고생해 준비해갔지만 설득이 쉽지 않았다. 주말을 꼬박 일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클라이언트의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목소리가 밝았다. 세 시간을 예정한 미팅이 1시간 반만에 끝났다. 오늘은 편히 잠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꾸었던 사자의 꿈을 말이다. 녹차 한 모금을 다시 마시자 영혼까지 따뜻해졌다. 그리고 알았다. 어느 새 이런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오늘 다시 새벽이 왔다. 두시 반에 잠에서 깼다. 어제 밤 8시 뉴스를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좀 더 잘까..
2010년, 스물다섯 살의 청년 마이클 프레이스만은 잘 다니던 벤처 캐피탈을 그만 두었다.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에버레인'이라는 패션 브랜드였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왜 7달러짜리 셔츠가 50달러에 팔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회사는 설립 5년 만에 기업 가치 2억 5천만 달러(약 2800억)를 홋가하고 있다.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가 식상한 것처럼 들린다고? 조금만 더 얘기를 들어보자. 일반적인 회사의 성공 방식과 다른 길을 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3무 경영'이 특징이다. 매장, 광고, 할인이 없다. 이른바 급진적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을 모토로 한다. 내가 투명하게 팔아보자, 원자재 가격이 내리면 가격도 내리겠지?, 스물 다섯의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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