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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청의 책을 비판하는 긴 글을 페북에 올렸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글을 '공유'해주셨습니다. 아마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글 같습니다. 물론 칭찬과 공감의 댓글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래도 한 사람의 저작물인데 표현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어서 제목와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실체 없음과 무용함, 혹은 유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함께 일하는 컨설턴트 분들과 얘기를 나누다 몇 가지를 핵심적인 이유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브랜딩과 마케팅의 핵심은 '가치 창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그도 아니면 그 사람 자체이든 좋은 브랜드는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해낸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가치란 누군가의 결핍을 채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쓸모를 넘어선 욕구와 욕망을 채워주는 것을 말하죠. (단 이 때의 욕망은 선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한 사람이 아무리 많은 부를 창출해도, 그 부가 그 자신만을 향한다면? 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못한다면? 그걸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저는 자청의 책이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부에 대한 맹목적인 '욕망'을 부추긴다고 생각합니다. 불안에 떠는 많은 사람들의 쌈짓돈이 단 한 사람의 주머니로 이동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할 뿐 그들의 어떤 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사이비'란 시작은 유사하나 끝은 다른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과연 자청의 책으로 인해 이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질까요? 그의 책은 5년 후, 10년 후에도 꾸준히 읽힐 수 있을까요?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패시브 인컴의 구조를 다른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을까요? 그의 책을 '무가치'하다고 말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유의미한 가치 창출 없는 단순한 '부의 이동'만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4P mix를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의 그 오랜 마케팅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불문율처럼 지켜지고 있는 이론이자 지식이자 지혜입니다. 그런데 이 4P mix의 첫 번째는 왜 Product인 것일까요? 그건 상품이라는 실체가 있을 때 마케팅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요? product란 실체가 없는데 promotion만 성공한다면 그건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시장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오픈 초기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핫한 플레이스로 떠오르게 하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매장이 유의미한 가치 창출에 실패한다면 순간적인 유행이나 트렌드로 스쳐 지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시장에서 '진짜' 브랜드들이 살아남고 성장하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마케팅 이론과 전략을 시장에 현지화해 어려움에 처한 작은 브랜드들의 생존과 성공을 돕고 싶습니다. 저는 자청이란 개인을 비난하거나 비판할 생각이 없습니다. 3년 전 첫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그는 어떤 면에서 순진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책과 영상'을 따라하는 수많은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불편함으로 글을 썼고 아직도 그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자청의 책이 말하는 주장은 시장에 건강하고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개인과 브랜드를 만드는데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저는 특별히 도덕적이거나 양심있는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시장과 나 자신에게 떳떳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싶고 사업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무자본 비즈니스를 주창하는 이들에게 자극을 받아 개인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책쓰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내일부터는 1년 간의 온라인 줌 서비스를 기획해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지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길을 찾는 여정을 떠나려 합니다. 누구에게서든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과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끌어가려면 나름의 가치과 철학은 선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페북에 쓰는 글들이 저의 나침반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틀린 생각은 수정하고, 다른 생각은 수용하며, 옳은 생각은 지켜가겠습니다. 모쪼록 건강한 비판과 공감,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p.s. 최근에는 4P 대신 4C로 얘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때의 첫번째 C는 Customer Value입니다. 마지막 C는 Communication입니다. 이 관점으로 봐도 가치가 없는 것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허상이라는 생각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