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날 그는 스파게티와 와인을 대접했다. 두 번째 날은 순두부를 먹었다. 둘 다 가장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했다. 네다섯 번 만나는 동안 언제나 최고의 식사를 했다. 그는 내가 제시한 금액이 오히려 작다고 했다. 모두가 처음 만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런 갑들만 세상에 존재한다면 무슨 근심걱정이 있을까. 그렇게 나는 그의 새 책 '아름다움을 욕망하라'의 한 챕터를 쓰는 계약을 했다. 사족같은 글이었으나 굳이 함께 하고 싶다는 그의 결심의 결과였다. 그는 신사동에서 에스테틱(스파)을 운영한다. 그는 언제나 흰색 테의 안경을 쓴다. 그의 이름은 박정현이다. 이런 대접은 약속을 잡은 그 날부터 시작됐다. 미팅 일자를 잡고 보내온 문자에는 에스테틱으로 가는 거의 모든 교통편과 상세한 안내가..
회사는 양재동 골목의 깊숙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확히 메시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건물을 둘러싼 담벼락에는 거대한, 그러나 경쾌한 광고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뭔가 비범하다는 인상을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그 날 오후의 일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됐다. 마치 보랏빛 소를 만난 기분이었다. 만난 사람들도, 그들이 하고 있는 일 자체도 특별하지 않았다. 그 집은 다름아닌 '간판' 만드는 회사였다. 회사 이름은 '동부기업'이라고 했다. 누가 이 이름을 듣고 선뜻 간판 회사를 떠올릴 수 있을까? 게다가 40년 넘게 같은 일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명함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을 것이며, 이익을 위해 거짓말 하지 않겠다는 사훈?이 적혀져 있..
몰스킨, 미도리, 무지노트…시그노, 제트스트림, 유니스타일핏…사파리, 카쿠노, 프레피… 글쓰기엔 젬병이면서도 늘 필기구엔 욕심을 부리고 있는 나를 본다. 그마저도 비싼 브랜드는 엄두를 내기 힘들어 주로 중저가의 필기구를 기웃거리곤 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좋은 펜이 좋은 글을 쓰게 하리란 기대를 할만큼 어리석은 나는 아니다. 그저 뭔가를 쓰고 기록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나는 펜이 좋다. 그리고 그 펜의 무대가 되는 노트를 고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도 핫트랙스의 펜과 문구 코너를 수시로 들락거리고, 관련 유튜버들의 리뷰를 숙독하곤 한다. 그러다 우연히 ‘복면사과 까르네’란 노트 브랜드를 만났다. 아무리 봐도 별 특징이 보이지 않는 이 노트가 마음에 ..
2010년, 스물다섯 살의 청년 마이클 프레이스만은 잘 다니던 벤처 캐피탈을 그만 두었다.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에버레인'이라는 패션 브랜드였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왜 7달러짜리 셔츠가 50달러에 팔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회사는 설립 5년 만에 기업 가치 2억 5천만 달러(약 2800억)를 홋가하고 있다.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가 식상한 것처럼 들린다고? 조금만 더 얘기를 들어보자. 일반적인 회사의 성공 방식과 다른 길을 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3무 경영'이 특징이다. 매장, 광고, 할인이 없다. 이른바 급진적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을 모토로 한다. 내가 투명하게 팔아보자, 원자재 가격이 내리면 가격도 내리겠지?, 스물 다섯의 청년..
오래도록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을 버리지 못했다. 그런데 브라우저 때문이 아니었다. 이 브라우저를 통해 제공하는 확장 프로그램 '모멘텀' 때문이었다. 이 작은 프로그램은 브라우저의 새 창을 띄울 때마다 전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의 장관을 보여주곤 했다. 부가 기능이 적지 않지만 거의 쓰지 않았다. 오직 브라우저를 띄울 때의 그 작은 사치의 경험 때문에 어떤 유혹에도 브라우저를 바꾸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네이버의 웨일을 쓴다. 새로운 '루틴'이 생겼기 때문이다. 필사를 즐기는 내게 광고창을 모두 지워버리고 오직 텍스트만 보여주는 기능이 꼭 필요했다. 그런데 이 기능을 제공하던 확장 프로그램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던 중 '모멘텀'의 ..
점심을 먹고 나오다 깜짝 놀랐다.늘 건널목 맞은 편 자리를 지키던 작은 빵집에전에는 보지 못하던 긴 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바로 식빵 잘 만드는 '밀도' 앞이다. 실은 이 빵집이 생긴 지는 제법 오래...아니 몇 달 되었다.빵의 탄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각적인 네이밍과한 눈에 어떤 빵집인지를 드러내는 센스 넘치는 로고에 탄복하고도그 집 빵 맛을 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이유는 단순하다.내가 빵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어느 날 불현듯 챙겨간 이 집 식빵을어릴 적 빵집 딸이었던 '빵순이' 와이프가 뒤늦게 맛을 보게 되었다.이틀이 지나 무심코 먹은 빵이 괜찮았단다.놀러온 분당의 아줌마들까지 고개를 끄덕인 정도?명불허전인 것인가?일본에서 빵을 공부하고 돌아와분당 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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